
최근 OTT 드라마를 보면 특정 연령대의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서로 다른 세대가 충돌하고 공존하는 모습을 전면에 배치하는 작품이 늘어나고 있다. 청년의 불안, 중년의 책임, 노년의 상실이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교차하며, 세대 간 갈등은 단순한 대립 구도가 아니라 사회 구조와 감정의 층위를 드러내는 장치로 사용된다. 과거 드라마에서 세대 갈등이 주로 극적 긴장을 위한 설정이었다면, OTT 드라마에서는 이해와 해석의 대상으로 확장된다. 이는 가족 구조의 변화, 고령화 사회, 그리고 시청자 구성의 다변화가 맞물린 결과다. 이 글에서는 OTT 드라마에서 세대 서사가 왜 중요한 이야기 축으로 떠올랐는지 살펴보고, 갈등을 넘어 공감으로 이동하는 서사의 변화를 차분히 분석한다.
단순한 대립으로 그려졌던 세대 이야기
과거 드라마에서 세대 갈등은 비교적 명확한 구도를 가졌다. 기성세대는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존재로, 젊은 세대는 자유와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갈등은 세대 차이에서 비롯되었고, 이야기의 결말에서는 어느 한쪽의 변화나 양보를 통해 정리되곤 했다.
이러한 방식은 이해하기 쉽고 극적인 효과도 컸지만, 현실의 복잡한 세대 관계를 충분히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실제 삶에서 세대는 단순히 대립하는 집단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조건 속에서 살아온 개인들의 집합이기 때문이다. 세대 차이는 의견의 문제이기 이전에 경험의 차이에 가깝다.
OTT 드라마는 이 지점에서 세대 서사를 다시 바라본다. 갈등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만 보지 않고, 이해해야 할 상태로 그린다. 이야기는 누가 옳은가를 판단하기보다, 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OTT 환경이 세대 서사를 확장시킨 구조적 배경
첫 번째 이유는 시청자 구성의 변화다. OTT 플랫폼은 특정 연령층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세대가 동시에 이용한다. 한 작품을 청년, 중년, 노년이 각자의 위치에서 바라본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특정 세대의 시선만으로 이야기를 설계하기 어렵다. 자연스럽게 여러 세대의 관점이 한 이야기 안에 공존하게 된다.
두 번째는 가족 서사의 재구성이다. OTT 드라마 속 가족은 더 이상 안정적인 공동체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각자의 삶을 가진 개인들이 느슨하게 연결된 구조에 가깝다. 이 안에서 세대 간의 이해 부족, 기대의 어긋남, 감정의 거리감이 현실적으로 묘사된다. 갈등은 사건이 아니라, 관계의 상태로 존재한다.
세 번째는 사회 구조 변화의 반영이다. 청년 세대는 불안정한 미래를, 중년 세대는 책임과 압박을, 노년 세대는 소외와 상실을 경험한다. OTT 드라마는 이 세대별 감정을 병렬적으로 배치하며, 어느 하나가 과장되거나 축소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춘다. 세대 갈등은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조건의 차이로 드러난다.
네 번째는 캐릭터 중심 서사와의 결합이다. 세대 서사는 인물의 내면을 확장하는 데 효과적인 장치다. 같은 상황에서도 세대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감정을 느낀다. OTT 드라마는 이 차이를 갈등으로만 소비하지 않고, 인물의 배경과 삶의 궤적을 이해하는 단서로 활용한다.
다섯 번째는 장르 혼합의 영향이다. 세대 이야기는 가족극에만 머물지 않는다. 사회극, 일상극, 심지어 스릴러와 결합되며 다양한 형태로 확장된다. 이를 통해 세대 문제는 특정 공간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로 인식된다.
여섯 번째는 시청자 해석 참여의 확대다. 세대 서사가 전면에 등장할수록, 시청자는 자신의 경험을 대입해 이야기를 해석한다. 같은 장면을 두고도 세대별로 전혀 다른 반응이 나타난다. OTT 드라마는 이러한 차이를 전제로, 하나의 정답 대신 여러 해석을 허용한다.
갈등을 넘어 이해로 향하는 이야기
OTT 드라마에서 세대 서사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은, 이야기가 더 넓은 시간의 층위를 다루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현재의 갈등은 과거의 선택과 연결되고, 미래의 불안은 현재의 조건에서 비롯된다. 세대는 단절된 집단이 아니라, 이어진 시간의 다른 지점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변화는 드라마의 감정 결을 더욱 깊게 만든다. 갈등은 해결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과정이 된다. 시청자는 어느 한 세대의 편에 서기보다, 각자의 위치에서 느끼는 감정을 바라보게 된다.
앞으로 OTT 드라마의 세대 서사는 더욱 일상적이고 섬세한 방향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큰 화해나 극적인 결론보다, 조금씩 좁혀지는 거리와 미묘한 인식의 변화가 중요해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서로의 시간을 어떻게 이해하는가다. OTT 드라마는 지금, 세대를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감정의 지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