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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제 드라마가 대세가 된 이유와 OTT 드라마 구조의 변화

by 리진0218 2026. 1. 12.

OTT 드라마 환경에서 시즌제 구조는 더 이상 실험적인 시도가 아니라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지상파 드라마가 16부작, 20부작 등 한 번의 방영으로 완결되는 구조를 선호했다면, OTT 드라마는 이야기를 여러 시즌에 나누어 전개하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채택한다. 시즌제는 단순히 분량을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서사의 밀도와 캐릭터의 성장, 세계관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선택이다. 시청자는 한 시즌을 하나의 챕터처럼 받아들이며, 제작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설계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시즌제 드라마가 대세가 된 배경을 살펴보고, 이 구조가 OTT 드라마의 이야기 방식과 시청 경험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차분히 분석한다.

완결 중심 구조에서 확장 중심 구조로

지상파 드라마는 오랫동안 ‘한 작품 안에서 모든 이야기를 끝낸다’는 전제를 가지고 제작되어 왔다. 이는 편성표와 광고, 시청률 경쟁이라는 환경 속에서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 구조에는 한계도 분명했다. 이야기의 흐름이 충분히 무르익기도 전에 결말을 향해 급하게 달려가야 했고, 인물의 변화 역시 제한된 시간 안에서 압축적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었다.

OTT 드라마는 이 전제를 다시 묻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를 꼭 한 번에 끝내야 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즌제 구조는 출발한다. OTT 플랫폼에서는 방영 기간과 회차 수에 대한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이야기를 여러 단계로 나누는 선택이 가능해졌다. 한 시즌은 이야기의 완결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정리된 중간 지점’이 된다.

시청자의 인식도 달라졌다. 이제 시청자는 한 시즌이 끝났다고 해서 이야기가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다음 이야기는 언제 나올까”를 자연스럽게 기대한다. 시즌제는 기다림을 불편함이 아니라, 기대감으로 전환시키는 구조다. 이 변화는 OTT 드라마가 장기적인 콘텐츠로 소비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즌제가 OTT 드라마에 적합한 이유

시즌제가 대세가 된 첫 번째 이유는 이야기의 확장성이다. 시즌제 구조에서는 세계관을 한 번에 모두 설명할 필요가 없다. 첫 시즌에서는 기본 설정과 주요 인물을 소개하고, 이후 시즌에서 갈등을 심화시키거나 새로운 인물을 추가할 수 있다. 이 방식은 이야기를 훨씬 유연하게 만들고, 설정의 설득력을 높인다.

두 번째는 캐릭터 서사의 깊이다. 한 시즌 안에서 인물이 겪는 변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여러 시즌에 걸쳐 변화하는 인물은 훨씬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시청자는 캐릭터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그 선택과 변화에 감정적으로 더 깊이 연결된다. 이는 OTT 드라마의 강한 몰입감을 만드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세 번째는 제작과 소비의 리듬이다. 시즌제는 제작자에게 숨을 고를 시간을 제공한다. 한 시즌이 공개된 뒤 시청자의 반응을 분석하고, 다음 시즌에서 방향을 조정할 수 있다. 동시에 시청자는 한 시즌을 비교적 부담 없이 소비하고,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동안 여운을 즐길 수 있다. 이 간격은 이야기의 가치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시즌제는 글로벌 시청 환경과도 잘 맞는다. 서로 다른 문화권의 시청자들이 한 시즌을 기준으로 동시에 이야기를 공유하고, 그 경험을 온라인에서 나눈다. 시즌 단위의 공개는 화제성을 집중시키고, 드라마를 하나의 이벤트처럼 만든다. 이는 OTT 플랫폼이 시즌제를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시즌제에는 위험도 있다. 다음 시즌이 제작되지 않을 가능성, 혹은 이야기의 긴장감이 느슨해질 위험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시즌제가 제공하는 서사적 자유와 장기적인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되면서, OTT 드라마에서 시즌제는 점점 기본값이 되고 있다.

시즌제가 바꾼 드라마의 시간 감각

시즌제 드라마의 확산은 드라마가 소비되는 시간 감각을 바꾸었다. 이제 드라마는 몇 주 혹은 몇 달 동안 보고 끝나는 콘텐츠가 아니라, 몇 년에 걸쳐 이어지는 이야기로 인식된다. 시청자는 작품을 ‘기억 속에 남겨두고’ 다음 시즌을 기다리며, 그 사이에도 이야기와 연결된 감정을 유지한다.

이 변화는 드라마를 더 장기적인 문화 콘텐츠로 만든다. 한 작품이 한 번 소비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시즌마다 다시 불려 나오며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OTT 드라마가 팬덤을 형성하고, 오랫동안 회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으로 시즌제 구조는 더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짧은 시즌, 긴 시즌, 혹은 시즌 간격이 불규칙한 구조까지 등장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시즌제 자체가 아니라, 그 구조가 이야기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담아내는가다. 시즌제가 대세가 된 이유는 명확하다. 그것은 OTT 드라마가 더 긴 호흡으로, 더 깊은 이야기를 하고자 선택한 가장 현실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